"건강기능식품 컨설팅 연말께 시작…전쟁 희생자 DNA 검사로 해외 진출"

입력 2018-06-14 09:37  

유전체 분석기업 디엔에이링크의 이종은 대표
“연구 데이터 충분히 축적…DTC 규제 풀어야”





유전체 분석 전문업체 디엔에이링크가 건강기능식품 컨설팅 사업에 진출한다. 이종은 디엔에이링크 대표(55)는 14일 “국내 유력 건강기능식품 업체와 협력해 개인의 유전자 특성에 맞는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개발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종 영양소의 흡수력과 대사 능력 등에도 개인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여기 맞는 건강기능식품 종류와 복용법을 알려주는 내용”이라며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있어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큰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병원을 거치지 않는 유전자 검사인 ‘소비자 의뢰 유전자 검사(DTC)’는 국내에서 피부 두발 등 12가지만 할 수 있도록 규제되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민간 전문가들과 논의하며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이르면 연말께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본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면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건강기능식품 업체와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체내 미생물인 ‘마이크로바이옴’ 검사를 건강기능식품 컨설팅에 활용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영양분의 흡수, 대사 등에 관여하는데 유전자처럼 사람에 따라 구성이 다르다. 그는 “마이크로바이옴 검사를 유전자 검사와 함께 활용하면 최적의 건강기능식품 컨설팅을 할 수 있다”며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비만을 억제하는데 도움을 주는 마이크로바이옴을 몸 속에서 키우는 등 체내 미생물 구성을 아예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디엔에이링크는 최근 ‘제주 4·3사건’ 희생자 유해에 대한 유전자 감식 작업을 하고 있다. 제주 4·3사건은 1948년 제주도에서 일어난 민간인 등 학살 사건을 말한다. 디엔에이링크는 미확인 유해 279구를 유전자 감식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주도록 하는 내용의 계약을 지난달 서울대 산학협력단과 맺었다. 이 대표는 “가족을 찾지 못한 다른 과거사 사건 희생자나 6·25 전사자의 유해도 감식해 가족에게 인계할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협의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국군이 지금까지 6·25 전사자 유해를 약 1만구 발굴했는데 약 9900구가 신원 확인이 안 돼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군번표 등을 보고 가족을 찾아 준 게 약 80구고 디엔에이 검사로 가족을 찾은 건 약 20구에 불과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유전자 감식 성공률이 낮은 건 현재 이 작업에 활용하고 있는 단기염기서열반복(STR) 검사법의 한계 때문”이라며 “훼손된 유해의 감식 성공률이 높은 단일염기다형성(SNP) 검사법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 수출도 활발히 하고 있다. DTC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는 곳은 미국 중국 일본 등 약 30개국이다. 대부분 국가에서 구글을 통해서 마케팅을 한다. 이밖에 미국에는 자회사를, 네덜란드에는 지사를 설립했다. 과거사 유전자 감식도 해외 수출을 추진중이다.

이 대표는 “베트남 정부와 내전 희생자에 대한 유전자 감식을 논의 중”이라며 “지난달에는 이스라엘 민간 과학자가 찾아와서 홀로코스트 희생자의 유해 유전자 감식에 대해 설명을 듣고 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DTC 규제 완화에 대한 의료계의 시각을 비판했다. 의료계는 “한국인 유전자는 데이터 축적이 얼마 안 돼 있고 다른 인종의 데이터는 적용이 불가능하다”며 “한국인에 대한 중대 질환 DTC는 효용성이 떨어지므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약 20년 간 정부가 유전자와 질병의 상관관계 분석에 수천억원의 돈을 써 충분히 많은 데이터가 나와 있다”며 “다만 이 정보가 각 기관에 흩어져 있어 통합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연구 목적의 유전자 분석 시장이 매년 10% 정도씩 크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시장이 크는데 한계가 있다”며 “전문가 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유전자 분석을 접할 수 있도록 DTC에 대한 국내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나 일본처럼 국내에서도 암 치매 등 중대질환에 대해 DTC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며 “아직 소비자들이 유전정보의 효용성에 대해 잘 모르는데 이를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1985년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분자유전학 석·박사(통합)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암연구소 선임연구원, 마크로젠 대표 등을 거쳐 2000년 디엔에이링크를 창업했다. 디엔에이링크는 지난해 매출 141억여원에 영업이익 14억여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가 영업이익 흑자를 낸 건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사람의 암세포를 이식받은 쥐로 제약회사가 주요 구매처인 ‘아바타 마우스’ 개발·판매도 이 회사의 주요 사업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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